개인위키를 10년간 쓰면서 배운 것 한 가지

오늘로 개인위키를 쓰기 시작한지 정확히 10년이 되었다. 10년간 꾸준히 써온 소감을 길게 쓰려다 다 지우고 단 한 가지에 대해서만 적어본다.

쓰는 것이 읽는 것 보다 중요하다

내가 위키를 계속 사용해오면서 깨달은 것은, 쓰는 것이 읽는 것 보다 중요하다라는 점이었다. 쓴 것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는 시간을 들여서도 찾아서 읽어보게 되지만, 써야 하는 순간을 놓치게 되면 그냥 안 쓰게 된다.

그래서 나는 2008년 12월에 개인위키를 친구의 웹호스팅 계정에서 내 노트북으로 옮겼다. 그 전까지는 ‘언제 어디서나’ 위키페이지를 작성하기 위해 인터넷상에 내 위키를 놓아두었지만, 이 때 부터는 ‘언제 어디서나’ 위키페이지를 작성하기 위해 위키를 항상 갖고 다니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 시기부터 지금까지 나는 노트북 한대 이외에 다른 컴퓨터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위키를 로컬에서 쓰기로 결정한 이상, 두 대 이상의 컴퓨터를 사용하면 동기화 문제가 반드시 발생하기 때문이다. 드롭박스 등의 좋은 도구들이 많기는 하지만, 인터넷이 되어야 동작하므로 ‘언제 어디서나’를 만족하지 못한다.

여기서 더 나아가 2009년 12월부터는 아예 웹브라우저를 사용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대신 vim으로 직접 텍스트 파일을 편집했다. 웹브라우저가 아무리 빨라봐야 위키 페이지를 고치기 시작하는데 5초 이상이 걸린다. 하지만 터미널에서 vim 에디터를 사용하면 3초만에 편집에 들어갈 수 있다. 위키페이지가 예쁘게 렌더링되는 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문법강조, 수식 편집기, 투표, duedate, visual tour, 블로그, sister wiki 등등의 각종 기능들이 꽤나 유용하긴 하지만 중요하지는 않다. 단 하나 중요한 것은 무언가 적어야겠다고 생각한 그 순간에 바로 그걸 그대로 적을 수 있어야한다는 것이다.

이 시점에선 이미 내가 사용하는 것을 개인위키라고 부르기도 어렵게 되었다. 그저 버전관리되는 텍스트파일의 집합일 뿐이다. 하지만 나는 이러한 나의 메모 방식을 예전보다 더 좋아하게 되었다.

내 위키의 연간 커밋 횟수. 2004년 2월 이전의 히스토리는 소실되어 남아있지 않다.

이러한 방법으로 위키에 대한 접근성을 많이 개선했지만, 그럼에도 완전하지는 못하다. 예를 들어 지하철을 서서 타고 가다 갑자기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 노트북을 꺼내서 기록하기는 참으로 어렵다. 이런 경우엔 그냥 아이폰 메모를 열어서 적어둔다. 그리고 노트북을 사용할 수 있게 되면 옮겨 적는다. 물론 아이폰에 기록했다는 사실을 잊어버릴수도 있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어찌되었든 적는 것이 중요하다. 일단 적으면 언젠가는 다시 보게 된다.

내가 아는 모든 사람에게 메모하는 습관을 권하고 싶다.

개인위키를 10년간 쓰면서 배운 것 한 가지”에 대한 5개의 생각

  1.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저도 개인적인 자료를 정리하고 (그 중 괜찮은 것은 순차적으로 공개)… 관리하기 위해 개인위키를 알아보고 고민하는 중인데 생각할 거리를 던져 주시는군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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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댓글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 개인위키를 꾸준히 쓰면서 부분적으로 공개하는 것은 사실 쉽지 않은 일인데, 성공하신다면 노하우를 공유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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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좋은 글 감사합니다.

    평소 아이디어나 배운 것을 어떻게 정리하고 관리할까 고민하던 중이었는데 이 글을 읽고 개인위키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보게 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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